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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치민시, 7월 9일부터 15일간 도시 봉쇄령... 그리고 사재기

 호치민시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계획이 발표된 지난 7일 오후 호치민 이마트, 롯데마트를 비롯한 모든 대형마트들은 격리기간 식자재 유통이 어려워질 것을 염려한 시민들의 사재기 행렬이 이어지며 신선식품과 통조림, 청과류 매대가 모두 텅텅비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저날 마트 출입부터 계산까지 최대 6시간 이상이 걸린 쇼핑고객도 있다죠 아마?

 지난해 락다운때도 저희 동네에서는 별다른 사재기가 발생하지 않아 사재기 현상이 SNS상에서 화제가 되는 모습을 볼때면 우리 동네 사람들은 안그럴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제가 틀렸군요. 아마 한 두사람이 사재기를 시작하자 위기감을 느낀 많은 사람들이 뒤따라 사재기 행렬에 동참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니.. 육류나 통조림, 라면같은 기성품이야 그렇다고 쳐도 도대체 청과류를 사재기하는 이유는 뭔지 모르겠습니다.. 청과류는 얼릴수도 없을텐데 말입니다..

 

2. 사재기는 국가 시민의식 수준을 반영한다.

 

 실제로 9일까지 외부에서 호치민시로 식자재를 실어나르는 물류차량들의 출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돈육제품 유통이 30% 감소했고, 전반적인 식자재 유통량이 34%까지 감소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식자재들이 이른 새벽 소매점에 입고됨과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물건을 쓸어담으면서 입고된 상품이 당일 오전에 모두 소진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10일부터는 당국이 식자재 유통을 크게 늘린 영향인지, 식자재 상품들은 평소보다 많은 물량이 입고되기 시작했지만 오히려 고객들의 구매력이 떨어져 많은 상품이 재고로 남아 이 나라 공무원들은 무슨 일을 이렇게 하나 의문이 들기도 했네요.

 

 이건 실제 경험담입니다만, 아파트 밑에 있는 빈마트에 평소보다 상당히 많은 육류제품이 입고돼 진열되지 못한 상품들이 음료나 주류 냉장고에 구비되어있는 모습을 보고 좀 놀랐는데요. 이에 대해 자료를 찾다보니 당국이 사재기에 대응해 식품비축량을 12만톤으로 평소보다 3배 이상 늘리고 유통량을 크게 늘렸으나 전체 유통량의 고작 30%를 담당하는 마트시설들이 그 물량을 다 받아내면서 이러한 사단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종전 호치민시 유통체계를 보자면 3개 대형도매시장과 100여개 재래시장이 전체 물량판매의 70%를 소화하고 있으나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재래시장들은 모두 임시중단된 상태입니다.

 

 개인적으로 베트남을 좋아하고, 그래서 어떻게든 이 곳에서 터잡고 살아보려고 애쓰고 있으나 이번 정부의 코로나19 대응과 시민들의 사재기 열풍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 아니 만감이 교차한다기보단 그냥 베트남이란 나라에 많이 실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 괴담이 퍼지며 호주, 미국에서 발생했던 휴지대란을 혹시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코로나19에 휴지대란이 왠말이냐 하시겠지만 가짜뉴스에 현혹된 사람들이 휴지를 쓸어담기 시작했고 유명매체들이 휴지 구매의 정당성을 역설함에 따라 정말 많은 사람들이 휴지대란에 동참하기도 했죠. 

 

 이 동네 유일한 마트에 9끼분량 식자재가 진열돼있다 칩시다. 앞선 1인 고객이 사재기 목적으로 9끼분량 식자재를 모두 쓸어갑니다. 다음 식자재 유통일은 기약이 없습니다. 그럼 급한 용무를 끝내고 이후에 매장에 도착한 고객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유일한 마트에 상품이 없으니 뒤에 온 손님은 조금 늦었다는 이유로 식자재가 재입고될때까지 굶어야할테죠.

 

사재기는 국가 시민의식 수준을 반영합니다.

 

고작 2~3일이면 정상화될 식료품 유통이었는데 타인에 대한 배려없이 무작정 식품을 쓸어담던 이들은 지금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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